앵커
경찰은 이번 집회가 신고 범위를 넘어선 불법집회였고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압에 나섰으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.
하지만 대법원 판례를 역행하는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.
배주환 기자입니다.
리포트
경찰은 세종대로 9개 차로 중 7개까지를 집회 장소로 허용했습니다.
그러다 주최 측 추산 1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점차 모여들자 민주노총 측은 나머지 2개 차로를 더 터줄 것을 요구했습니다.
[집회 참가자]
“니네가 잘못하는 거잖아. 왜 신고된 집회 못 하게 해”
하지만, 경찰은 통행로 확보를 이유로 집회 참가자들이 넘어오지 못하게 계속 막았습니다.
이 과정에서 충돌이 시작됐습니다.
[이영훈/민주일반연맹 비대위원장]
“그 많은 인원이 앉아있는 상황에서 기동대원들이 사람들을 밀어낸다고 하더라도 통행로를 확보할 수 없다라는 것은 누가 봐도 굉장히 상식적인 상황입니다.”
비슷한 시각 1km 떨어진 곳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도 주최 측 추산 2만여 명이 모였습니다.
하지만 공간이 충분히 확보돼 별다른 충돌이 없었습니다.
주최 측 추산 110만 명이 모인 2주 전 기독교 단체 집회도 공간 확보 문제없이 진행됐습니다.
하지만, 경찰은 지난 주말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서는 엄격히 공간을 통제했고, 충돌이 나자 곧바로 불법 딱지를 붙였습니다.
[경찰 관계자]
“질서유지선을 탈선하는 등 불법 행위를 선행하고 있습니다. 지금부터 경찰에서는 채증을 실시하도록 하고…”
이후 시정조치와 종결선언 요청, 해산명령을 거친 뒤 진압과 체포에 나섰습니다.
조지호 경찰청장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.
[문금주/더불어민주당 의원]
“지난 주말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한 과잉 진압에 대해서 경찰청장님 사과하실 용의 있으십니까?”
[조지호/경찰청장]
“본인들이 신고한 장소로 들어갔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. 그날 불법 집회로 변질이 돼서…”
하지만, 대법원 판단은 다릅니다.
“신고 범위 일탈만으로 곧바로 집회 자체를 해산·저지해선 안 된다”고 3년 전에 이미 판례가 나왔습니다.
집회 해산 명령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중대하게 제한하는 공권력 행사인 만큼 “공공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초래된 경우에만 제한 조치를 최소한도로 해야 한다”는 겁니다.
[한상희/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]
“군중이 모이다 보니까 신고 내용과 다른 행위들이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고 소중한 기본권에 해당되는 집회 시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보거든요.”
또 경찰은 다른 시민들의 불편을 막기 위해 공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, 민주국가에선 집회로 인한 어느 정도의 불편은 시민들 역시 참고 견뎌줘야 한다는 게 판례를 통해 드러난 대법원의 입장입니다.